마약왕 구스만 이야기
얼마전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의 수장인 호아킨 구스만이 탈옥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며칠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전파를 탔습니다. 땅굴을 파서 감옥에서부터 탈주를 한 호아킨 구스만의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입니다. 멕시코에는 시날로아 카르텔과 로스세타스 카르텔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마약조직이 있는데, 이 두 조직은 미국에 공급되고 있는 마약의 90%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스만은 그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구스만이라는 사람은 정말 공공의 적, 악의 축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겠죠.
미국에서는 구스만이 체포된 이후로 27개월 동안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하였는데, 이는 멕시코의 교도소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의 우려대로 그는 탈옥을 하였는데, 그가 탈주한 것인지, 아니면 감옥에서 놔준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의심과 소문을 낳고 있습니다.
멕시코의 발표에 따르면 멕시코 시티 서쪽 알티플라노 교도소라는 멕시코 1급 보안으로 유명한 감옥에서 수감중이었던 호아킨 구스만은 밤 9시쯤 샤워실에서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수색에 나서보니 샤워실 밑으로 구멍을 내서 땅 아래로 10미터를 내려가서 또 1.5키로미터 옆으로도 뚫어서 교도소 바깥에 있는 헛간으로 나와 거기에서 옷을 갈아입고 도주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혼자서는 절대로 시도할 수 없는 땅굴을 팠기 때문에 조직적인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되고 있다. 사진출처: BBC News.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그러한 지하 터널은 너무 길어서 혼자서 팔 수 있는 규모가 아니고, 적어도 인부 3-4명이 외부에서부터 1년 넘게 작업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1.5km를 빠르게 탈출하기 위해 레일이 달린 오토바이도 설치가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이 드러나자 교도소 내에서 협조를 해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 무게가 실리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그는 사실 이번 탈주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01년에도 탈주하였는데 그때는 심지어 교도소 밖으로 유유히 걸어나갔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례가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그가 도망간 것이 아니라, 풀어준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초창기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만든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인 퀸테로라는 자가 잡혔고, 또 다른 동업자였던 한 사람은 자신이 관장하던 멕시코의 마약 조직을 여러 지부로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나눈 지부 중 하나가 마약왕 구스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이 된 것입니다.
초창기 마약 카르텔을 주도했던 퀸타로. 오랜 세월 복역 후 지난 2013년 석방되었다.
그러다 2013년 11월 갑자기 멕시코는 초대 마약왕인 퀸테로를 석방했는데, 그가 마약조사국 요원 살해죄로 28년간 복역한 후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미국은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그래서 멕시코는 이러한 미국의 항의를 외면할 수는 없어서, 퀸테로 대신 구스만을 체포하여 수감하고, 얼마 후 풀어주겠다는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화에서나 볼법한 비상식적인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마약거래상들이 정치인들과 경찰들의 유착이 오랜기간 뿌리내려 있고, 또 지역사회에서는 기부라든가 선행도 많이 베풀고 있다보니,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거의 반군 수준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매우 폭력적인 조직이고 로스세타스 카르텔과 시날로아 카르텔은 전 세계 5대 폭력조직 중 1, 2위를 다툴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불법적인 마약시장은 규제하기 힘든 상황이고 그 거래로 인하여 불법적인 수익또한 엄청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추측을 뒷받침하는 내용중에는 구스만이 마약거래로 1조원이 넘게 벌었다는 회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은 세계 1, 2위의 조직폭력단이 장악하고 있다.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남미의 마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마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바로 남미국가들입니다.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등의 마약문제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서 사람들이 해당 국가들을 떠올리면 마약부터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남미 국가들은 왜 마약범죄의 온상이 되었을까요?
특히 멕시코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마약왕 같은 사람들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보호해주고, 정부기관도 건드릴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습니다.
여러 원인들을 거론해볼 수 있겠지만, 멕시코를 떼어놓고 보면, 멕시코의 인종 비율에서 백인은 9%, 백인과 원주민 혼혈 (메스티조라고 함)은 62%, 그리고 원주민이 한 30%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권력이라든과 사회의 기득권층은 소수의 스페인계 백인들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구들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소외가 되어 있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멕시코의 엔리페 페냐 니에토 대통령. 멕시코 사회는 소수의 백인들만이 지배세력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또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에 와서 식민통치를 하며 무자비한 학살을 일삼았습니다. 그로인해 잉카와 아즈텍 문명이 거의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 정복자 후손으로 이루어진 국가와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이 매우 팽배한 것이 사실입니다. 즉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는 백인들의 지배도 폭력적이고 부정적 집단으로 바라보고, 마약조직 역시도 폭력조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두 집단 중 자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이로운 집단을 지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 구스만과 같이 매우 부도덕한 집단의 지도자일지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마약이 크게 발달한 배경은 지리적인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즉 과거 1920년대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졌을 당시 미국 사람들은 밀주 생산을 멕시코에 가서 하였던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는 마약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국경에 근접해 있는 멕시코에서 마약 밀매시장이 발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스만의 탈옥을 보면서 마약에 대하여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마약문제의 해결은 마약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마약에 대한 국가별 이해관계까지 고려해야하기에 전세계적으로 합의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마약중독은 한 개인의 일생 그리고 그 가정을 망쳐버릴 뿐 아니라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할수 도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약판매를 통하여 개인의 이익을 실현하고 그리고 그들을 비호하며 이익을 나누어 가지는 집단들에 대한 단호하고 엄정한 정책이 실현되지 않고는 마약을 근절하기는 어렵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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